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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 8. 05:50

내 생각은 이랬습니다. 생각이라는 것은 속도 제한도 없고 다니는 길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어서 마냥 자유스러운 것인데 권력 가진 사람들이 길도 놔주고 속도도 정해주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사람의 생각이라는 것은 무용지물이 되고마는 겁니다. 가령 이런 제약들을 다 없애버리고 니 마음대로 생각을 해보라고해도 우리의 생각이 창의적이고 창조적인 것이 되기 힘든데 하물며 놓아준 길대로 따라가서야 여기에 무슨 창조의 기쁨이 있겠습니까. 나는 내 생각 속에 공산주의적 생각이 들어 있는 것은 부인하지 않습니다. 그러나그것은 내가 인간에 대해서 품고 있는 연민에 불과한 겁니다. 공산주의는 가난한 사람에게는 좋다고 하더라 하는 식의 그저 소박한 생각에 불과하지요. 하지만 김수영은 사상적으로 의심쩍다 하고 낙인이 찍혀 있으니까 나는 그것을 벗어던지기가 힘들던 겁니다. 나는 박인환이 부럽습니다. 이중섭이 부럽습니다. 어느 한순간 낭만이랄까 유토피아랄까 자신이 믿고 갈망하고 그리워하던 세계를 향해서 발광하고 급기야는 죽어간 두 사람이 부럽습니다. 나는 그렇습니다. 나는 꼭 한번 자유를 만끽하고 싶었는데 내가 생각하는 자유란 실은 정치적 자유도 아니요 사상적 자유도 아니오 실은....실은 인간 정신의 완전한 자유였기 때문에 구도자와 같은 심정으로 생존을 계속해 나갔던 겁니다.

-명동백작 17화 김수영의 독백 中



자유란 적절하거나 타협의 산물이 아니다. 완전한 것이어야 한다. 어제까지는 80퍼센트의 자유가 있었지만 오늘은 90퍼센트의 자유가 있으니 나아진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1할의 부자유는 10할의 부자유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