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7. 29. 16:38
[-/2014]
2009년 겨울에 나는 서울을 떠나 있었고 많이 힘이 들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우리에게도 좋은 시절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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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내 품에서는
얼마나 많은 빛들이 있었던가
바람이 풀밭을 스치면
풀밭의 그 수런댐으로 나는
이 세계 바깥까지
얼마나 길게 투명한 개울을
만들 수 있었던가
물 위에 뜨던 그 많은 빛들,
좇아서
긴 시간을 견디어 여기까지 내려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리고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그때는 내 품에 또한
얼마나 많은 그리움의 모서리들이
옹색하게 살았던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래 그 옆에서 숨죽일 무렵
- 장석남, 옛 노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