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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2. 9. 13:46
아침 11시쯤 신한카드 상담원이 낭랑한 목소리로 고객님 요새 카드 이용이 전혀 없으시네요, 하는 투정의 전화를 받느라 깼다.
어제 밤 안걸리는 시동을 뒤늦게 부웅-하고 걸어서 일을 좀 해놓고 마음이 한결 가뿐해진 새벽녘
기분 좋은 목소리를 듣고 기분 좋게 잠이 들었는데 그래서 기분 좋은 꿈을 꿀줄 알았는데 그 반대였다.
내 무릎 위로 얼굴을 묻고 스러진 낯선 등을 몇번이고 쓸어내리며 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 천상병 시를 주문처럼 외우며 마음을 다해 애를 썼는데. 기운을 차린 등짝은 내게 그동안 고마웠다는 인사 한마디 없이 무심한 손짓으로 문을 가르켰다.
한마디도 못하고 돌아서 나온 나는 과자 뺏긴 아이처럼 분해져서 주먹을 꼭 쥐고 땅을 보고 걸었다.  
잠도 덜 깼는데 울것 같은 기분이 들어 창밖에다 얼굴을 내밀고 찬공기를 쐬며 심호흡을 몇번이나 했는지.
요즘 왜이렇게 속절없이 속이 물컹거리는지, 안되겠어, 어디가서 닭싸움이라도 걸어야하나.

낮에는 승강이도 벌이고 함께 숨쉬고 일하고 밤이되면 누드가 되어 솜이불 밑에서 만지고 핥고 문대고 싶어.
그렇게 치열하고 평화로운 꿈을 번갈아 꾸며 낮과 밤을 몸으로 살고 싶어.


..........

꿈꾸는 누드 / 신현림


이 남자 저 남자 아니어도
착한 목동의 손을 가진 남자와 지냈으면
그가 내 낭군이면 그를 만났으면 좋겠어
호롱불의 누드를 더듬고 핥고
회오리 바람처럼 엉키고
그게 엉켜 자라는 걸 알고 싶고
섹스보다도 섹스 후의
갓 빤 빨래 같은 잠이 준비하는 새 날
새 아침을 맞으며
베란다에서 새의 노랫소리를 듣고
승강이도 벌이면서 함께 숨쉬고 일하고
당신을 만나 평화로운 양이 됐다고 고맙다고
삼십삼년을 기다렸다고 고백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