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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 23. 19:53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것이 있다면?


자기를 너무 특별하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슈퍼스타K> 같은 것을 보면 10대 아이들이 나와서 "저는 너무 독특해요. 저는 너무 이상한 애고요, 저는 5차원이고 6차원이에요"라고 할 때마다 너무 마음이 아프다. 걔랑 똑같이 말하고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은 옷을 입은 애를 나는 5분 안에 서른 명을 구해다 줄 수 있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너와 내가 어디가 비슷한 것인가'이다. '너와 내가 어디가 다른가'가 아니라 '너와 내가 어떤 공통점을 갖고 있는가'를 찾는 것이 더 먼저라는 것이다. 그래야 '너의 어떤 문제가 해결되는 순간 그것이 연동되어져서 나의 문제도 조금씩 나아지게 되는 것을 찾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손을 잡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은 다들 자기가 독특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무서워서 그러는 거다. 스스로 무리 안에 있으면서 그 무리에서 승리할 자신이 없으니까 자기는 독특하다고 하는 거다. 핵심은 승리하지 않아도 되게 만들어 주는 거지, 애들을 가짜로 독특하다고 인정해 주는 게 아니다. 그러니 제발, 옆 사람이 나와 얼마나 비슷한가를 찾는 일, 아주 전통적인 언어로 '친구 찾기'를 했으면 좋겠다.


자기 연민이야말로 독약이다. 스스로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불행하다고 생각한다면 나는 걔보다 불행한 사람 서른 명을 5분 안에 데려다 줄 수 있다. 자기가 얼마만큼 불행한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얘하고 나하고는 어떤 불행함 안에 놓여 있는가'를 상상하는 게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88만 원 세대'라는 것이 구조가 변해야 한다는 개념으로써는 중요한 말이지만, 이것이 당신의 핑계거리와 자기연민의 도구로써 존재한다면 당신은 우리 세대에게 끝까지 이용당하다 죽을 것이다. 자기 연민을 벗어던지고 세상을 친구들과 손을 잡고 만들어라.


그래서 트위터에 얼마 전에 이런 이야기를 썼다. "당신들이 세상을 건져서 빨리 우리들의 목을 따 달라"라고. 정말로 그랬으면 좋겠다. 나는 지금의 20대들이 건설하는 20년 뒤의 이곳이 내가 생각하기에 정말 못마땅할지라도 상관없다. 어떤 세상이 올지라도 박수를 칠 거고 대단하고 멋지다고 할 거고 지지할 것이다. 다만 어떤 사안들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그런데 이 부분은 이렇게 하는 것이 어떨까요?"하면서 유서처럼 남기고 갈 것이다. 후배들에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을 하든 지지해 주고 안전망을 마련해주고 손을 내밀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지, 그것을 구경하고 있거나 '너희들을 구원해주겠다'거나 '너희들, 인생 그렇게 살면 안 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정말 치사하다.


그래서 정말 <아프니까 청춘이다>만큼 말이 안 되는 게 '20대 개새끼론'인 것 같다. 부끄럽지도 않나. 어쩌면 마흔 살 넘었는데도 저렇게 자기 성찰이 안 되지? 얼마나 게으르면? 얼마나 꼰대길래? 또 한 가지 우리의 임무가 있다면 우리 세대들의 꼰대들과 싸우는 것이다. 그래서 빨리 젊은 친구들에게 길을 터주고 그 친구들이 신나게 걸을 수 있도록, 적어도 한 걸음 더 걸을 수 있도록 용감해질수 있는 그 어떤 것을 만들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 일을 실제로 지금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김진숙 씨나 송경동이 이미 하고 있는 일이기도 하고 홍세화 선생님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젊은 친구들이 '피시(PC, Politically Correct 정치적으로 올바르려고 하는)'하게 굴지 않았으면 좋겠다. 예를 들면 홍세화 선생님이 어느 날 트위터에 "아들과 함께 대학로를 걸으며 담배를 물었습니다"라고 썼는데, "선생님 길빵하지 마세요"라고 멘션을 보내는 얘들이 있다. 도대체 이게 뭔가. 홍세화 선생님이 길에서 담배 피는 게 좋지 않다는 걸 모르시겠나. 그럼에도 그 말을 건네고자 한 이야기의 맥락이 있지 않나. 그래서 내가 "정말, 지랄 맞다"라고 썼더니, 거기다 대고 또 "지랄이라는 것은 간질환자들에게 있는…"이라는 멘션을…. 그게 중요하냐? 왜 그러는가. 왜 그렇게 우아들을 떠는가. 인생 개같이 살면서, 맨날 다 뺏기면서, 이용당하면서 왜 이렇게 우아한 척을 해. "그래요? 지랄이 그런 뜻이 있었어요?" 그런데 지랄이라는 말은 그렇게 분석하면서, 그 말에 섞여 있었던 정작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왜 이야기 안 하는가. 그 말부터 해주었으면 좋겠다.[영화감독 변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