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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12. 18. 23:16

1. 이사

 

11일에 이사를 했다.

정확히 표현하면, 하고 있다.

전세값이 자꾸 올라서 이사를 가려고 부동산을 뒤졌지만

정말 뻥안치고 전세 매물이 하나도 없길래 어찌해야하나 고민고민 끝에 대출을 받아서 

작은 아파트를 사버렸다.는 이야긴 한 거 같다.

(월급만 꼬박꼬박 나와준다면 허리띠 졸라 졸라매고 살아지겠지,했으나

대출 받기로 한 바로 그 날부터 두달 째 월급이 안나왔다는 이야긴 잠시 뒤에 다시 하겠다)

어쨌든 감행한 이사에도 이런 저런 문제가 발생했다.

 

수많은 이사를 전전하며 집없는 설움이 사무쳤는데,
사람마음이 간사한건지 그게 현실인건지.
낡은 아파트로 이사가는 심정도 비슷하다.
그래서 사람들이 새 아파트 입주하려 하고 아예 집을 짓고 그러나보다.

꼼꼼하게 뜯어 본다고 본거였는데,
집을 들어내고 나니 아주 엉망이었다.
사기당한 기분이랄까..-_-
세탁기를 들어낸 자리엔 타일이 깨져있고
가구를 들어낸 벽지는 곰팡이가 슬어 있고
장판을 뜯어낸 자리엔 물이 새고 있더군. 꺄.
ㅋㅋㅋ
새는 물 덕분에 문짝 아귀가 맞지 않아 안닫히는 것,
베란다 건조대가 줄을 당겼더니 통째로 무너져 내린 것,
수납장을 떼어낸 자리에 칠이 다 벗겨져 있던 것,
인터폰 수화기가 먹통인 것,
말도 안되는 찌든 때들이 구석구석에 늘어붙어 있던 것 등등은 생략..

부동산 업자에게 한바탕 강력한 하소연(!)을 쏟아붓고,
 전 주인이랑 만나서 담판을 지었다.
잔금처리할 때, 백만원 못주겠다고 일단 질러놓고

다만 공사비라도 몇푼 받아내기 위해 발라놓은 거다.
도배 장판 베란다커튼에...기타 에어컨 달고 어쩌고 저쩌고 비용은 왜이리 많이 드는지.
거기에 생각지도 않은 공사비까지 겹쳐서..돈 몇백이 우습게 생겼다.

아니 천만원 먼저 땡겨달래서 만들어 줬지,
그리고 무슨 샤머니즘 신봉자들인가.
이사를 토요일에 가기로 해놓고 (그랬다면 공사할 여유가 있었을텐데...)
점을 보니 그날 가면 애 사주에 안좋다나 뭐라나. 그래서 다시 10일에 나가게 해줬더니..
두고두고 살면서 애 잘 안되면 우리 욕 할까봐서 말이다.
그래놓고 뒷통수를 쳐??
어디 애새끼 잘되나 두고보자고!!-_-

거기다 멍청탕을 끓여먹은 도배집 아줌마가 열번도 넘게 확인시켰건만 방이 두갠줄 알았다며 !!
벽지를 모자르게 가져와서 또 한바탕했다.
결국 붙박이장 안쪽에 벽지는 다른 걸로 바르고...어이구 열받어ㅠ
그걸로 쇼부봐서 문고리 공짜로 갈고 형광등 무조건 싸게 바꿨다.

그런데도 문제가 생겼다.
세탁기를 들어 낸 자리에....정말 폭격맞은 벽도 그렇진 않겠지.;
찌든때가 시청위생과에서 보면 즉시 영업정지 내릴 정도의 중국집 주방 수준이랄까.
하여간 결론은....베란다 전체하고, 아귀가 안맞아 목수아저씨를 불러 깎아낸 문짝들
(그 집은 방문할때마다 아이들 보행기니 자동차니 살림살이가 하도 많아서
늘 문이 열려 있었고 닫을 수도 없게 물건들이 놓여져 있었다. 이런 사기꾼들..)
하여간 전부 페인트 칠을 다시했다.
견적이 육십 넘게 나왔는데...아악. 골이야@@
덕분에 돈도 깨지고..이사를 하고도 짐을 제대로 못푸는 상황 발생.
지난 일요일도 하루에 도배장판 다 해달라고 사장님한테 미인계써서(진짜에요)
겨우 겨우 아저씨들 불러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작업했는데...
칠은 도저히 안된다길래. 화요일날 불러서 하루 종일 했다....휴휴.

칠 냄새 아직도 다 안빠지고.

이사하면서 냉장고 문짝도 우그러지고 가스렌지 다리는 왜 세개가 된걸까?

이런 저런 걱정을 하며 일주일동안 창틀을 뜯어내고 찌든 때를 벗겨내고

욕실과 주방을 거의 러브하우스 수준으로 반짝이게 만들었더니.
아 쑤셔.

청소하면서 계속 드는 생각은

아니. 어린 애를 둘이나 키우는 집이던데 그렇게 더럽게 하고 어떻게 살았을까?
애들 병 걸리면 어떡할려고..!

정말 경악했다.
우리집은 개를 키우는데도 지금도 소파를 끌어내도 개털 하나 안나오는구만.
매일 수시로 걸레질에 청소기 밀 때 모든 먼지와 이물질을 초전박살 내기때문에..!
집안에서 묵은 때라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생활을 하다가
지난 일주일동안 정말 여러번 기절했다.
그런 공간에 누어서 숨쉬고 잠을 자다니..으으~
잠이 오냐? 밥은 먹고 다니냐???
보이는 데만 쓸고 닦으면 뭐 하냐고.

그 아줌마 이쁘장하게 생긴 내 또래던데..얼굴만 꾸미지 말고 청소나 좀 똑바로 하시지!

언니랑 둘이 하도 낡은 집과 게으른 전 주인을 향해 욕을 했더니
가만히 듣던 엄마가 소리질렀다.
이년들아 시집을 가라!!!
-_-

아무튼...가긴 갔다.
시집 말고 이사를 갔다.
욕을 욕을 하면서, 걱정을 한아름 안고서도, 이사를 갔다.


처음으로 아파트 생활을 시작하며,
처음으로 내 집 마련을 했다.
빚을 졌지만!
빚을 지니까 월급이 안나왔지만! (헉)
빚을 진데다 월급도 안나오는데 직장마져 없어질 위기지만! (더헉)

아 모르겠다ㅋㅋㅋ
그래도 비틀즈는 노래했다네.
라이프 이즈 고잉 온 브라~(삶은 브라자 위로 흐른다나..)

대출 덕분에 은행으로 동사무소로 다니는 것도 정신 없는데

부동산에서의 대출담당 은행직원과의 만남,
역시 부동산에서의 저, 전주인, 부동산중계인과의 삼자대면,
그밖에도 케이블방송과 에어컨과 정수기와 전기공사와 도시가스 등등의 방문은 끊이질 않고, 

이사란 정말이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님을.
이사 끝내고 대략 새벽 1시쯤 싸우나에 갔다가 기절했다.

 

이제 남은 것은, 베란다 창에 버티칼 다는 것과 세세한 방 정리 등.

현재 나의 낡은 아파트는 1주일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빛나고 있다.

감격스럽다. 대단해!

 

12월 안에 모든 정리를 끝내는 것이 목표다.
정리가 끝나면,,,
얼핏얼핏 소문난 요리실력과,
얼룩말 무늬로 장식한 침대와,
과감한 땡땡이 무늬 커튼과,
직접 재봉틀로 제작한 앤디워홀적인 무늬의 소파 커버와 쿠션세트 등
나의 호락호락하지 않은 감각으로 구성된 집구석 꼬라지를 선보이기 위한 집들이를 해봐야지.
알바 칼럼비 대신 받은 제이앤비제트로 여러분을 모십니다.
어서 오세요! 환영합니다!!!
어짜피 멀어서 아무도 안올테니 맘대로 말해야지. 므하하하.

 

 2. 구직중

 회사는 매니지먼트에 대한 허황된 꿈을 강행하느라 직원들 등골을 빨아 먹고

봄에는 대박(지랄하고) 어쨌든 좀 풀린다던데.

버틸 힘 없는 나같은 가난뱅이는 결국 아웃을 선택했거나, 선택당하거나.

12월까지 대충 남은 연차휴가를 써대며 구직활동을 하고 1월부터 새 직장에 다니는 것이 목표다.

12월은 이렇게 먹고 사는 것과 관련된 목표로 가득찼다.

다시 한번 느낀다.

나같은 평범한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대의도 아니고 명분도 아니다. 생존이다.

 

내일 면접이 하나 있다.

그리곤. 또 계속 구해봐야지..

이사때문에 구직 활동을 제대로 못했으니, 이제부터 달려야겠다.

난 맨날 달리고 또 달리고. 언제 좀 쉴까.

16층 베란다에서 바라본 첫 눈의 풍경이 찡한 것은 잠시,

머릿속엔 내일은 옷장을 정리하고 관리사무실에서 입주카드를 쓰고 어쩌고

생존의 투 두 리스트만 가득.

 

현재 통장 잔고는 880원이다.

나 괜찮을까?

 

 3. 또다른 이사

 티스토리에 새 집을 짓고 있다.

네이버고 싸이고 뭐고 다 접고 거기로 날아가야지 훨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