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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2. 3. 19:40

오늘 읽은 단편의 주인공은 형 대신 군대에 두 번 간다. 그의 아버지는 3년만에 제대한 지 닷새밖에 되지 않은 둘째 아들에게 사법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형 대신 다시 군대에 가라고 종용한다. 너무도 부당한 일이었다. 병역기피자 명단에 오른 형을 돈으로 막는 데 논밭을 다 팔아대느라 신물이 난 아버지의 심경을 모르는 바 아니나, 이미 여섯번이나 사시에 떨어진 형이 이번이라고 붙을 것 같지 않다. 형은 고등학교 때부터 헌법총론 따위를 끼고 다녔으나 시골 중학교 입학 시험조차 두 번이나 떨어지고 겨우 들어간 주제였다. 하지만 그러한 객관적 사실보다 금년에는 꼭 붙을 거라는 토종비결을 철썩같이 믿는 아버지를 설득할 길이 없어 자원입대를 한다. 형이 병역기피로 경찰에 붙잡히기라도 하는 날엔 10년 공부를 작파했다는 죄가 자신에게 덧씌워질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악몽처럼 반복되는 군생활, 수용소를 연상케하는 열악하기 짝이 없는 군대의 풍경이 다시 펼쳐진다. 가명을 사용한 형으로부터 날씨 따위 안부를 묻는 시덥잖은 편지를 받는 족족 찢어버리던 주인공이 결국 무사히 군복무를 마치지 못하는 결말이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다. 이 소설의 제목은 <대리복무>. 1966년에 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