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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2. 15.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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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엔 서울극장 독립영화 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다큐멘터리 <워룸>을 보았다. 인디스페이스가 광화문에서 서울극장으로 간 것도 모르고 있다가 첫방문이다 종로 자체를 너무 오랜만에 갔어. 종로는 여전히 후졌는데 예전처럼 좋진 않고 뭐.. 그렇더라.


<워룸>은 1992년 미국 대선을 배경으로 클린턴 후보의 선거캠프를 다이렉트 시네마로 만든 다큐영화다. 선거의 결과는 언제나 예측 불가, 당선이 결정되는 그 날까지 바쁘다는 표현가지고는 부족할 정도로 마치 전쟁터같이 돌아가는 선거캠프에 카메라를 들고 들어갔다. 

사실상 이 다큐의 실제 주인공은 클린턴이 아니라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전략가 제임스 카빌이다. "it's the Economy, Stupid!라는 슬로건을 만든 장본인. 모든 선거운동의 전략과 메시지를 경제에 집중시켜 경제 정책에 실패한 전쟁광 부시 정부의 결정적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부시가 걸프전의 승리에 도취되어 있을 때 유권자들의 시선이 경제문제로 서서히 이동하고 있음을 간파하고 경제공황에 힘들어하는 유권자들에게 이러한 현실을 환기시킨 것이다. 전략은 적중했고 클린턴의 거짓말, 복잡한 여자관계 등 어떤 공격에도 끄떡 없었다.


정치는 이미지와 슬로건의 싸움이라는 사실을 이 다큐를 통해 생생하게 확인하면서,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는 긴박한 선거 기간 중 제임스와 그의 팀이 얼마나 뛰어나게 위기 대처 능력을 발휘하는지를 쫓아가다 보면 그가 백악관에 입성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음에도 긴장감 넘치게 관람할 수 있다 이 다큐는 무척 재미있다. 특히 순수 관객 입장에서, 대본 없이 빠르게 전환되는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저런 순간들을 모두 카메라로 담을 수 있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말 하는 사람은 정해져 있으니, 카메라 한 대가 일단 따라 붙고, 나머지 한두 대 정도는 리액션을 캐치해 내는 건가? 정도 수준으로 예상해 보았는데, 영화 후 GV에서 내가 절반 정도 맞힌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오디오를 기준으로 작업한 뒤 맞는 장면을 붙여넣는 방식의 편집이기 때문이라고. 오.


정치 냉담 혹은 혐오에 가깝지만 문명인으로서 놓을 수 없는 시민의식과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 가까스로 정치에 관심을 붙잡고 있는 나 같은 입장에서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다큐이니, 평소 정치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아주아주 재미있을 다큐다. 그러다보니 뭐만 하면 연정, 단일화, 대통합 외치는 한국 정치의 선거캠프는 어떤 모습으로 돌아갈지 무척 궁금해진다. '굳이 일요일에 방문했는데 문을 열어주지 않아 단일화에 실패했다', '문자 메시지로 탈당 의사를 전달했다' 이런 걸 신문 활자로 확인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어떤 대화와 표정이 오갔을지 너무 궁금하지 않나. 정말 별 거 아니라서 너무 웃길 거 깉지 않나. 뛰어난 전략과 방대한 데이터로 움직이는 미국의 선거 캠프와 다르게 코미디에 가까울 것 같잖아. 진심 너무 웃길 거 같다.(무표정)


클린턴 선거캠프 다큐를 보니 자연스럽게 힐러리가 떠오른다. 힐러리도 샌더스도 훌륭한 정치인이라는 것 이외엔 잘 모르지만, 얼마 전 미국에 살고 계신 분이 트위터에서 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그분 남편이 샌더스가 시장이었던 버몬트에 6년간 살았는데, 거긴 그 흔한 수퍼마켓 체인이나 타겟이 없었다고 한다. 작은 가게들을 보호하기 위해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고. 버몬트는 참으로 독특한(?) 곳인데 거기서 먹혔던 것이 미국 전체에 먹힐지 의문이라고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난 힐러리같은 딜메이커가 미국의 대통령으로 더 어울릴 거 같다. 게다가 우리가 92년에는 빌클린턴이 그렇게까지 섹스쟁이인 줄 몰랐잖아. 하지만 이제는 세계가 다 알잖아. 힐러리가 대통령이 되고, 빌 클린턴이 영부인 자격으로 세계 각국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와서 유치원도 가고 초등학교도 가고 그런 장면 너무 보고 싶잖아. 아, 나도 일등시민으로 태어나 투표하고 싶다. 흑인 대통령 다음으로 여자 대통령에게. 아 맞다 우리도 여자 대통령이지.(암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