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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2. 10. 02:15

0. 

망원역 근처에 창비카페가 새로 문을 열었다

원래 서교호텔 근처에 있던 것이 이사온 것

시설도 좋고, 빵과 음료가 맛있다

노트북을 놓을 수 있는 책상과 독서를 할 수 있는 1인 소파가 잘 갖춰져 있다

아마 종종 가게 될 듯


1.

그리고 그 건물 지하에 소규모 공연이 가능한 공간이 있던데,

거기서 국가인권위원회, 창비, 알라딘이 함께하는 인권영화제가 열린다는 걸 우연히 알고 

동네라 가깝고 해서 급하게 관람하게 되었음. 영화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이 그냥 불쑥 간 건데, 

오늘은 <지슬>을 만든 오멸 감독의 <하늘의 황금마차>를 상영했다.

내일은 <범죄소년>, 모레는 <얼음강>과 <자전거도둑>을 상영한다.

<자전거도둑>은 트위터에서 듀나가 언급한 적이 있어 좀 궁금하기도 하고.


2.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하늘의 황금마차>는 

사이가 나쁜 4형제가 죽음을 앞둔 큰 형의 제안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가다가 실제인지 천사인지 모를 스카밴드 멤버들과 합류하게 되고, 

이런 저런 이들과 만났다 헤어짐을 반복하며 시시하고 대책없는 여정을 보낸다.

비닐 텐트와 한라산 소주병이 아슬아슬하게 부대끼고, 초승달이 점점 차오르며 큰형은 죽음을 맞는다.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치졸하고 궁색한 소외된 노인계층을 대변하고 있지만 

제주 사투리의 어눌한 억양 때문인지 그들의 다소 이기적이고 투박한 행동들에 슬프기 보단 웃음이 나온다.

이 영화는 노인 특히 가난하고 병든 소외된 노인계층의 인권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인권 영화가 명백한데,

제주를 시계 방향으로 돌며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주는 로드무비이기도 하고, 

킹스턴 루디스카의 흥겨운 음악이 시종일관 흐르는 음악 영화이자 

모두가 천사 날개를 달고 신나게 춤추는 판타지 영화 같기도 하다.

오멸 감독은 <지슬>에서도 대수롭지 않게 죽음을 다뤘다.

끔찍한 학살의 역사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역시나 어눌한 제주 사투리의 억양 탓인지 주인공들의 대사는 웃음을 자아내고

허망한 죽음에는 어떤 신파나 비장함도 덧입히지 않았다.

<황금마차>에서 치매와 간암이 동시에 걸린 주인공 노인의 죽음도 그랬다.

감독은 죽음을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별스럽지 않은 인생의 마지막 구간이다,쯤으로 여기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좋았다.

영화가 끝난 뒤 GV에서 한 아주머니가 

기저귀를 입지 않으려는 큰 형 앞에서 직접 기저귀를 입고 엉덩이 춤을 추는 둘째노인의 장면을 보며

간병인의 손길로 기저귀 입기를 거부하며 병석에 누워있는 노모 앞에서 

나도 기저귀를 입고 춤을 추면 엄마가 기저귀를 입어주실까,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하는데 그만 눈물이 핑 돌았다.

병든 노인의 기저귀는 늙은 인간의 치부일 수 있다.

흥겨운 스카 음악에 엉덩이를 흔들며 대수롭지 않게 늙음을 마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